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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aña, 2020

#EP. 그곳과 아주 먼 곳에서

겨리_Gyeori 2021. 1. 11. 15:38

 

영화 머니볼 중

1. 안 괜찮아

무리였다

여행 전에도 스케쥴 꽉 채워가며 작별인사를 하고

무거운 캐리어에 책을 네 권이나 담아서 낑낑거리고

바르셀로나 도착하자 마자 카스테욘으로 달려가고

비행기에서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이 힘들었는데

카스테욘까지는 정해진 스케쥴이라는 핑계로 잠시도 멈추지 못했다.

잠시도 쉬지 못했던건 그 때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끔은, 아니 꽤 자주 쉬어줘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왜 괜찮은 척 했을까

힘 빼기의 기술

2. 힘 빼고 혼자서

사실, 이번에는 이 책을 가져가려고 했다.

'힘 빼기의 기술'

지난 여행이 모든 요일의 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힘을 빼는 여행이길 바래서

결과적으로 아픈 덕분에 의도치 않게 힘이 빠지기는 했지만

처음 서울에 살 때도, 중학교때 부터 시간을 짜 내어 서울에 다녀올 때도

항상 기회의 땅이었던 서울이 언제부터 외로운 도시가 되어버렸다.

사람들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일

나는 어디서도 외부인이었으니까

왜 굳이 카스테욘으로 가세요? 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덜 외로워지가 위해서, 가장 외로운 곳으로 떠났던 것 같기도

페이스북 감각적인 사생활

3. 그럴 수 있는 세상

내 기준에 우리나라는

'평균' '보통'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평균적인 연봉

보통의 가정, 보통 시민

평균보다 뛰어난 누군가가 되지 못한다면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

내가 겪은 스페인은 보통이 없었다.

보통의 피부색도, 보통의 인종도 없고

가족 구성원의 표준도 없었다.

적어도, 평균적으로 좋은 삶보다는

각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곳

애초에 웃기는걸 쫓고 있었지 말야

4. 내가 사랑한 일상

블로그를 봐도, 누구와 이야기를 할 때도 '좋아'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스페인어로도 많이 했어 Muy bien

좋아하는 것만 보고, 듣고 또 경험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날 수 있었던 날들

필라르와 가족들

우리 팀, 비야레알

바 아쿠아리오, 안드레이 가족과 카스티요

바르셀로나에서의 여유

여기서의 내 일상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5. 자신감

이번 여행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기에

그만큼 자신감이 더 생겼던 것 같다.

처음 보는 바에 들어가 맥주를 시키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처음 가본 축구장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하이파이프를 하고, 껴안고

먼저 다가갈 자신감이 생겼기에

언어도 그만큼 쓸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확실히

사진 찍는 자신감도 얻었어

6. 이만큼만 해요

정말 잘 한 것 중에 하나가

굳이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고

굳이 내키지 않으면 가지 않았던 것

유명 관광지여도 내가 가고싶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야

덕분에 페니스콜라도 못 갈 뻔 했지만

좋은 것들을 많이 보는 것도 경험이지만

좋은 곳에서 편히 쉬는 것도 경험이니까

딱 이만큼만 했지만

후회는 없어

7. 여행중이야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언젠가 다시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다 같이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보고

미술관 앞에 나란히 앉아, 보드 타는걸 구경할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는 여기서 행복할게요

지금도 여행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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